발레와댄서
돈 키호테

2010. 8. 6 (금) 오후 7시 30분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키트리: Natalia Osipova
바질: Ivan Vasiliev
돈키호테: Alexei Loparevich
에스파다: Vitaly Biktimirov
거리의 무희: Anastasia Yatsenko
메르세데스: Anna Balukova
요정여왕: Maria Allash
큐피드: Nina Kaptsova

본래 내가 예매했을 땐 자하로바와 로브힌이 주역이었는데, 캐스팅 바뀐 걸 당일 공연장 가서 알았다. 물론 펄쩍펄쩍 뛰었다. 아니, 자하로바가 부상 때문에 체인지 된 건 알지만, 자하로바의 키트리는 본 지 얼마 안된 데다가 오시포바와 바실리에프의 돈키호테는 정말 꼭 보고 싶었지만 휴가 일정하고 딱 하루 차이가 나서 예매할 때 미치는 줄 알았다고.
거의 날다시피 자리 찾아 들어갔는데, 캐스팅 바뀐 줄 알았으면 좋은 자리 예약할 걸...ㅜ.ㅜ 사이드 좌석인 게 미치도록 억울했지만, 다행히 무대에서 그리 멀지 않고 사각도 춤 보는 데 전혀 지장 없을 정도였다.

옆자리에 노부부가 앉았는데, 오페라는 자주 보는데 발레는 익숙치 않다고 오늘 캐스팅 좋은 거냐고 묻길래 일단 무조건 최고라고 밀어붙였다. 그리고 막이 오르고 나서 내내... 헉 소리만 냈다. 인터미션 때는 서로 저런 거 본 적 있냐고? 물어보면서 좌우에 앉은 사람들이랑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지.

...돈키호테는 아예 저렇게 제대로 날아다녀야 한다.
정말 공연 내내 출연진 전체가 정신줄 놨어!!!! 
바실리에프와 오시포바는 영상 + 듣던 것 이상이었다. 게다가 둘 다 컨디션이 절정이었던 모양. 1막에서 두 사람의 놀라운 도약이야 말하면 입아프고, 연기를 넘어서 그 활기 넘치는 테크닉으로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바질과 키트리에 딱 맞았다.
오시포바는 활기차고도 귀여운 왈가닥 키트리를 제대로 보여줬다. 눈 돌아갈 정도로 다이나믹한 캐스터네츠 솔로.
2막 술집 장면에서 바실리에프를 믿고 거리낌 없이 온 몸을 내던지질 않나... (진짜 머리부터 아예 다이빙. 순간 헉 소리 나왔다. 비거리는 니나&우바로프보다 짧았지만 각도가 정말 무서웠어..) 
사실 걱정했던 둘시네아도 예전보다 많이 얌전해지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축이 확실하게 잡혔고, 춤이 굉장히 다이나믹한 동시에 안정되어 있어서 그 무시무시한 높이와 속도에도 불구하고 보기가 편했다. 
바실리에프의 바질은 역시 가볍게 날아다닌다. 회전축 콘트롤이야 뭐 할 말 없고.
실제로도 커플인 두 사람, 돈키호테에서 호흡 맞춘 게 어디 한 두 번인감. 근데 그 키에 기대하지 않았던 리프트까지.
1막에서 한 손 리프트만 해도 놀라웠는데 그 상태로 아라베스크... 어이, 당신도 지구인 코스프레였나... OTL

....엄청난 테크닉 경연장이었는데, 그게 캐릭터 성격과 딱 맞아떨어진다. 테크닉만 내세우는 거라고도 할 수 없고, 그 테크닉 자체가 워낙 차원이 틀려서, 뭔가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뭔가 이제까지 '발레' 라고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거 같긴 한데...
특히 바실리에프는 뭐라고 딱 정의할 수가 없네. 단신에 테크닉 좋고, 무대 장악력까지 갖춰나가고 있지만, 바리시니코프와는 성격이 아예 틀리고, 이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주역 두 사람 외에도 이 날은 정말 다 훌륭했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파데예체프 버전의 거리의 무희의 춤은 큰 도약을 많이 섞어서 굉장히 다이나믹한데, 그걸 굉장히 멋지게 각 잡아서 멋진 언니 소리가 나올 정도로 Yatsenko가 보여줬고, 빅티미로프는 정말 오랜만에 가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망토 휘둘리기와 함께 멋진 에스파다를 보여줬다. 
메르세데스를 비롯한 스페인 춤은 정말 유연한 상체 움직임과 러시아 등짝 최고! 소리가 나올 정도로 리듬에 실린 멋진 상체 라인이 인상적이었고.
니나 캅초바의 깜찍한 큐피드. 알라쉬의 요정여왕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정말 종막 결혼힉 디베르티스망까지 누구 하나 빠질새라 모두 상승세로 밀고 나가는데, 보는 내내 즐거웠다.
마지막 결혼식 그랑 파는... 더 붙일 말이 없더라. 

순식간에 막이 내린 기분이었고, 그 때부터 계속되는 박수와 함성. 불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쿵쿵 굴러대면서 계속해서 주역들을 불러내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졌으니.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온 보람이 있었다. 정말로!!!

아래는 리뷰들. 

http://www.thestage.co.uk/reviews/review.php/29202/don-quixote

http://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theatre-dance/reviews/don-quixote-royal-opera-house-london-2048884.html